시로 여는 일상

장승리 체온, 목걸이

생게사부르 2018. 3. 17. 10:26

        장승리


 

체온

 

 

당신의 손을 잡는 순간

시간은 체온 같았다

오른손과 왼손의 온도가

달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손을 놓았다

가장 잘한 일과

가장 후회되는 일은

다르지 않았다

 

 

 *       *        *        

 

그 손을 놓은 것이 잘한 일이었을까 잘못한 일이었을까. 나는 그 손을 놓친 것일까 놓아준 것일까.

몸의 감각도 마음의 움직임도 극히 미묘하여 정확히 알기도 표현하기도 어렵다.

이것은 아마 사랑의 순간이겠지. 나는 놓은 손을 내려다본다. 놓길 잘했어. 아니, 왜 놓았을까.

나도 모르는 내 손은 혼자가 돼서도 여전히, 화끈거리고 있다.

 

< 이영광 시인·  '시가 있는 아침'> 중앙일보

 

 

 

목걸이


누가 서 있든
거울은 거울의 바닥을 비출 뿐
투명하다
투명하다는 말은 얼마나 수상한가
턱에 뿔이 달려 있다
고개를 아래위로 쳐들 때마다
목에 구멍이 뚫린다
옷을 입고 있는 건 아닌데
알몸을 볼 수가 없다
색색깔의 바닥
바닥의 이름은 얼마나 많은가
구멍에서 구멍으로 꿰어진 자들보다
차례를 기다리는 줄이 길다

 

 

 

 

 

 


'시로 여는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박연준 속눈썹이 지르는 비명  (0) 2018.03.22
장석남 꽃이 졌다는 편지  (0) 2018.03.19
최문자 닿고 싶은 곳  (0) 2018.03.14
이장욱 표백  (0) 2018.03.12
이승훈 사물 A  (0) 2018.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