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승리
체온
당신의 손을 잡는 순간
시간은 체온 같았다
오른손과 왼손의 온도가
달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손을 놓았다
가장 잘한 일과
가장 후회되는 일은
다르지 않았다
* * *
그 손을 놓은 것이 잘한 일이었을까 잘못한 일이었을까. 나는 그 손을 놓친 것일까 놓아준 것일까.
몸의 감각도 마음의 움직임도 극히 미묘하여 정확히 알기도 표현하기도 어렵다.
이것은 아마 사랑의 순간이겠지. 나는 놓은 손을 내려다본다. 놓길 잘했어. 아니, 왜 놓았을까.
나도 모르는 내 손은 혼자가 돼서도 여전히, 화끈거리고 있다.
< 이영광 시인· '시가 있는 아침'> 중앙일보
목걸이
누가 서 있든
거울은 거울의 바닥을 비출 뿐
투명하다
투명하다는 말은 얼마나 수상한가
턱에 뿔이 달려 있다
고개를 아래위로 쳐들 때마다
목에 구멍이 뚫린다
옷을 입고 있는 건 아닌데
알몸을 볼 수가 없다
색색깔의 바닥
바닥의 이름은 얼마나 많은가
구멍에서 구멍으로 꿰어진 자들보다
차례를 기다리는 줄이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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