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훈
사물 A
사나이의 팔이 달아나고 한 마리의 흰닭이 구 구 구 잃어버린 목을 좇아 달린
다. 오 나를 부르는 깊은 명명命名의 겨울 지하실에선 더욱 진지하기 위하여 등
불을 켜놓고 우린 생각의 따스한 닭들을 키운다. 닭들을 키운다. 새벽마다 쓰라
리게 정신의 땅을 판다. 완강한 시간의 사슬이 끊어진 새벽 문지방에서 소리들이
피를 흘린다. 그리고 그것은 하아얀 액체로 변하더니 이윽고 목이 없는 한 마리
흰 닭이 되어 저렇게 많은 햇빛 속을 뒤우뚱거리며 뛰기 시작한다.
* * *
자신의 무의식 한 토막을 마치 영화 필름의 한 투영처럼 자동 기술한 비대상의 시
이 시대 '훼손된 자아의 어떤 방황'을 무의식 흐름에 따라 표현한 것으로 해석
1942.11 ~2018.1(77세) 강원 춘천
1962. 현대문학 등단
이상과 김춘수를 잇는 모더니즘, 포스트 모더니즘 시론. 해체 시론
초기시는 언어자체를 대상화하는 작업에 집중, 개념화를 거부하는 시세계를 보여줌
시집: '사물들' ,' 당신들의 초상' , '당신의 방', '아름다운 A ' ' 너라는 환상'
평론: < 이상시 연구>< 반인간>< 시론>
사진그림 : 프랜시스 베이컨
프랜시스 베이컨은 영국계 아일랜드 화가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관람자를 ‘가장 당황시키는’
작가로 여겨진다.
그는 일그러지고 변형된 육체와 단순한 색채로 인간의 불안과 속박, 두려움의 이미지를 표현했다.
“내 그림들은 인간 본성이 그림을 통해 관통되듯, 인간의 현존과 지나간 사건들에 대한 기억의 흔적을
남기듯, 달팽이 한 마리가 점액을 남기며 지나가는 듯 보였으면 한다.”
베이컨은 이렇게 말하며 자신의 그림에는 그 어떤 서사나 의미도 담겨 있지 않으며, 그것으로서 관람자들을
교화시키려 들지도 않는다고 했다. 그의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드러내는 것은 서사도,
전쟁이나 인간 본성이 지닌 악에 대한 비판도, 그로 인한 괴로움도 아닌
다만 ‘실존의 비극’으로 인한 고통일 뿐이다.
[Daum백과] 프랜시스 베이컨 – 미술사를 움직인 100인, 김영은, 청아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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