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트란스트뢰메르 2. 역사에 대하여

생게사부르 2016. 1. 10. 23:58

트란스트뢰메르 2.

역사에 대하여

1.
삼월 어느날 바다로 내려가 귀 기울인다
얼음이 하늘처럼 푸르고
태양아래 부서지고 있다
태양이 얼음 밑의 마이크에 대고 속삭인다
거품이 일고 부글부글 들끓는다
멀리서 시트를 잡아채는 듯한 소리가 들린다
이 모든 것이 '역사' 와 같다
우리들의 '지금', 우리들은 그 속으로 내려가
귀 기울인다

2.
회담들은 불안하게 날아다니는 섬들
나중엔, 타협의 기나긴 흔들다리

모든 차량이 그 다리위를 지나간다

별들 아래,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들의 창백한

얼굴들 아래,

쌀알처럼 이름없이 텅빈 공간에

내동댕이쳐진 얼굴들 아래

 

3.

1926년 괴테는 지드로 변장하고

아프리카를 여행하며 모든 것을 보았다

어떤 얼굴들은 사후에 본 것으로 하여

더욱 분명해진다

알제리 소식이 나날이 라디오에서 흘러나올

큰 저택 한채가 보이고

저택의 창들은 하나만 빼고 모두 검었다
그 창에서 우리는 드레퓌스의 얼굴을 보았다

 

4.

급진과 반동은 불행한 결혼속에 동거한다

서로를 갉아 먹으면서 서로에게 기대면서

하지만 그 자식들인 우리는 우리들 자신의

길을 찾아야만 한다

모든 문제는 자신의 언어로 소리치는 법!

진실의 흔적을 따라 탐정처럼 길을 가라

 

5.

건물에서 멀지 않은 공터에

신문지 한장이 몇달 째 누워 있다

사건을 가득담고 빗속, 햇빛속에 밤이나

낮이나 신문은 그곳에서 늙어간다

식물이 되어가는 중이고

배추머리가 되어가는 중이고

땅과 하나 되어가는 중이다

옛 기억이 서서히 당신 자신이 되듯

 

 

사물의 맥락

 

저 잿빛 하늘을 보라. 하늘이

나무의 섬유질 속을 달려 땅에 닿았다

땅이 하늘을 배불리 마셨을 때, 남는건

찌그러진 구름 한장 뿐, 도둑맞은 공간이

비틀려 주름 잡히고, 꼬이고 엮어져

푸른 초목이 된다. 자유의 짧은 순간들이

우리 내부에서 일어나,

운명의 여신을 뚫고 그 너머로 선회한다.

 

 

동요 받은 명상

 

 

밤의 어둠 속. 아무것도 갈지 않으면서

폭풍이 풍차의 날개를 사납게 돌린다

동일한 법칙에 따라 그대는 잠 깨어 있다

회색의 상어 배가 그대의 갸냘픈 램프__

 

형체 없는 기억들이 바다 바닥으로 내려가

그곳에서 낯선 조상으로 굳어진다

해조가 들러 붙어 그대의 노걸이는 녹색

바다로 가는자가 돌이되어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