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음이 타는 가을 江/ 박재삼(朴在森)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 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 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江을 보것네.
저것봐. 저것 봐,
네보담도 내보담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 죽은 가을 江을 처음 보것네.
- 1959.2 사상계
그리움
나뭇잎은 햇빛에 싱싱하게 윤이 나고
그와 비슷한 寸數(촌수)로
물결은 더욱 빛나는 무늬를 끊임 없이 빚고
또한 바람은 연방 그리운 것 위에
불 줄 밖에 모르는 이것들,
千날 萬날 한결 같은
오, 이것들을 보아라
물방울처럼 스러졌다가 이어져
결국은 움직이는 것들을 통하여
사랑의 연습만을 부지런히 하고
그것을 영원토록
지치지 않고 하겠다는
그것 말고 나는 볼 수가 없구나
참으로 換腸(환장)할 일은 이것이로다
'시로 여는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선영-마른 꽃, 김현태-산정호수 (0) | 2016.01.20 |
---|---|
이대흠 폭포, 이영광 빙폭(氷瀑) (0) | 2016.01.20 |
트란스트뢰메르 2. 역사에 대하여 (0) | 2016.01.10 |
헤르만 헤세, 사랑 (0) | 2016.01.07 |
사를르 드 푸코, 나는 알았다 (0) | 2016.01.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