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선
목력木歷
자르기 전 쓰다듬으며 나무를 달랜다
생의 방향 살핀 후 누울 자리 마련한다
첫 날刀은 이파리마저 놀라지 않게 한다
나이테 한줌 슬금슬금 잘려 나가니
뱉어 낸 밥 색깔이 뼛가루처럼 선명하다
백년의 단단한 숨소리 한 순간에 무너지고
한 없이 차오르던 숨길이고 물길이었을 까
안쪽으로 파고들면 내력은 촘촘해지고
울음을 간직한 옹이가 더더욱 단단해진다
벌목은 베는게 아니라 만나는 거다
커다란 눈동자 되어 밑동이 살아있는 건
최초의 뿌리가 사람을 지켜보기 때문이다
'시로 여는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류인서 톡톡 (0) | 2018.02.02 |
---|---|
류인서 교행交行 (0) | 2018.02.01 |
이원 뜻밖의 지구 (0) | 2018.01.26 |
이원 우리는 지구에서 고독하다 (0) | 2018.01.26 |
천지경 장화 신은 여자들 (0) | 2018.01.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