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조경선 목력木歷

생게사부르 2018. 1. 31. 00:18

조경선

 

 

목력木

 

 

 

자르기 전 쓰다듬으며 나무를 달랜다

생의 방향 살핀 후 누울 자리 마련한다

첫 날刀은 이파리마저 놀라지 않게 한다

 

나이테 한줌 슬금슬금 잘려 나가니

뱉어 낸 밥 색깔이 뼛가루처럼 선명하다

백년의 단단한 숨소리 한 순간에 무너지고

 

한 없이 차오르던 숨길이고 물길이었을 까

안쪽으로 파고들면 내력은 촘촘해지고

울음을 간직한 옹이가 더더욱 단단해진다

 

벌목은 베는게 아니라 만나는 거다

커다란 눈동자 되어 밑동이 살아있는 건

최초의 뿌리가 사람을 지켜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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