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류인서 톡톡

생게사부르 2018. 2. 2. 15:13

류인서


톡톡


그 여자는 매니큐어 바르기를 좋아한다 올터진 스타
킹 갈라진 손톱 찢어진 나비날개 분홍빛 벌레구멍 솔기
끝 어디에든,
손가락만한 매니큐어를 만지작 거리며 그 여자는
금간 애인과의 사이를 어떻게 메울까 한동안 훌쩍거
리다

고양이처럼 달랑 의자에 올라 앉아 엄지발톱에 톡,톡,
매니큐어를 바른다
그래, 톡 톡 소리에 귀 기울여보는 것도 괜찮겠다

톡톡, 메밀밭 메밀꽃이 하얗게 귀 트이는 소리
톡톡, 호박잎 위에서 배꼽달팽이가 발가락 펴는 소리

톡톡톡, 등 푸른 오이가 칼날 위를 뛰어가는 소리

톡톡, 끝여름밤 귀뚜라미 망치로 휘어진 철길 두드리는

톡톡, 글자 위를 기어가는 칠점 무당벌레 오자탈자 골

라내는 소리

톡톡, 소라고둥이 버얼건 폐선 밑바닥에 붙어 심해

를 노크하는 소리

 

 

이제 울음 그쳤니?

톡톡, 구름이 눈썹창 여는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