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 이원
물 밖으로 던져진 물고기처럼 말라가자
소금과 모래를 동시에 이해하자
햇빛에 타들어가자
내장을 움켜쥐자
빨리 그림자를 잃어버리자
혼자만 아는 비린내가 되자
태연한 척하자
반쪽짜리 인생을 선택하자
(새로고침)
허공을 열자
안을 칠하자
벽을 세우자
딱 맞는 작은 문을 만들자
문을 닫자
벽과 문은 서로 미쳐가자
노란색으로 뭉개자
지문으로 뒤덮자
(새로고침)
주렁주렁 익어가는 포도가 되자
검붉어지는 시늉을 알아채지 못하는 포도가 되자
(새로고침)
제초기를 돌리자
내일이 오지 못하게 언덕의 풀들을 다 깎자
땅속에 있는 것들이 무슨 힘이 있겠니
울자
울지말자
(새로고침)
양말을 갈아 신자
허공을 끄자
공기를 끄자
헛것이 되자
밤이 오면 박쥐처럼 보이게 하자
긴 구간을 걷자
(새로고침)
혹시 아침이면 이를 닦는 사람이 되자
냄새가 나는 구멍마다 진흙을 바르자
하늘과 근친처럼 굴지말자
사선을 긋자
사선을 모으자
테니스복을 찾아 입고 깨끗한 소년소녀가 되자
라켓을 들고 걷자
언덕이 높은 척하자
다 오르면 녹색 바닥에 흰색 선이 그려진
정직한 코트가 있는 척하자
늘 딱 한 발이 남은 척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