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장석남 살얼음이 반짝인다, 문인수 정월

생게사부르 2018. 1. 7. 22:22

장석남

 

 

 

살얼음이 반짝인다
- 첫 추위


가장 낮은 자리에선
살얼음이 반짝인다
빈 논바닥에
마른 냇가에
개밥 그릇 아래
개 발자국 아래
왕관보다도
시 보다도
살얼음 반짝인다


" 미소는, 어디로 가시려는가"

 

 

 

 

문인수


정월


농촌 들녘을 지나는데 춥고 배고프다
저 노인네 시린 저녁이 내 속에서
등 달 듯 등 달 듯 불을 놓는다
꽃 같은 불꽃 쪽으로 빈 들판이 몰린다
거지들 거뭇거뭇 둘러 앉은 것 같다
발싸개 벗어말리며 언 발 녹이며
구운 논두렁도 맛있겠다
그 뱃속 깊은데 실날 같은 도랑물 소리
참 남루한 어두운 기억을 돌아오는데도
피를 맑히는
이 땅의 신이옵신 그리움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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