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이규리 석유 냄새 때문에

생게사부르 2017. 12. 4. 09:56

이 규리

 

석유 냄새 때문에


오래된 난로 피울 때 진동하는 석유 냄새가
오히려 사람들을 붙들어 놓고 있다
처음에는 냄새를 밀어내려
문을 열기도 하고
심지를 올렸다 내렸다 해보지만
석유 냄새는
추위와 추위를 못 견디는 사람 사이에 엉겨 붙어 있다
사람들은 냄새를 밀어 내려다
어느새 냄새가 되어 간다

냄새 속에선 냄새를 모른다
싫어도 못 보내는 사람처럼
냄새를 내보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보내려 하기에 못 보내는 것이다
난로가 달았다 식었다 반복하는 동안
우리 몸에 난 요철의 길로
알게 모르게 냄새는 자리잡는다
나에게 온 너도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