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손택수 검은 소금

생게사부르 2017. 10. 26. 22:45

손택수


검은 소금


소금도 타는구나
끄슬려, 잿빛이 되는구나

간장독 바닥에서 나왔다는
검은 소금을 본다

간장에 소금이 녹으면
항아리 바닥엔 침전물이 쌓이지

뼈가 녹아버려라 펄펄 끓는 품속을 파고들면서도
사라진 저를 놓치지 않고 똘똘 사리를 뭉치지

네게로 간다는 건 네 속으로 스며들어 나를 본다는 것,
너를 잊지 못하고 마침내 검은 소금이 된다는 것

속을 까맣게 태워버린 소금이
희미해진 저를 되찾도록 가만히 기다리는 시간

간장이 익는다 검은 소금
내 안으로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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