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의 초대/ 김승희
모르는 곳으로 가서
모르는 사람이 되는 것이 좋다,
모르는 도시에 가서
모르는 강 앞에서
모르는 언어를 말하는 사람들과 나란히 앉아
모르는 오리와 더불어 일광욕을 하는 것이 좋다
모르는 새들이 하늘을 날아다니고
여기가 허드슨 강이지요
아는 언어를 잊어버리고
언어도 생각도 단순해지는 것이 좋다
모르는 광장 옆의 모르는 작은 가게들이 좋고
모르는 거리 모퉁이에서 모르는 파란 음료를 마시고
모르는 책방에 들어가 모르는 책 구경을 하고
모르는 버스 정류장에서 모르는 주소를 향하는
각기 피부색이 다른 모르는 사람들과 서서
모르는 버스를 기다리며
너는 그들을 모르고 그들도 너를 모르는
자유가 좋고
그 자유가 너무 좋고 좋은 것은
네가 허드슨 강을 흐르는
한포기 모르는 구름 이상의 것이 아니라는
그것이 좋기 때문이다
그것이 좋고
모르는 햇빛 아래 치솟는 모르는 분수의 노래가 좋고
모르는 아이들의 모르는 웃음소리가 좋고
모르는 세상의 모르는 구름이 많이 들어올수록
모르는 나의 미지가 넓어지는 것도 좋아
나는 나도 모르게 비를 맞고 좀 나은 사람이 될 수도 있겠지
모르는 새야 모르는 노래를 많이 불러다오
모르는 내일을 모르는 사랑으로 가벼이 받으련다
- 계간 《시와 정신》 2016년 가을호
알랭 드 보통은 <여행의 기술>에서 “생활하며 여행하고, 여행하며 생활하라”고 말한다.
누구에게나 여행은 상상만으로도 즐겁고 설레는 것이다. 내가 그것을 발견해내지 못한 채 살아가서 그렇지
우리의 일상 곳곳에도 아름답고 신기한, 경탄을 자아낼만한 것들과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것들로 가득하다.
그것은 풍경일 수도 있고 사람이기도 하다.
여행을 ‘생각의 산파’라며 “우리는 지속적인 만족을 기대하지만, 어떤 장소에 대하여 느끼는,
또는 그 안에서 느끼는 행복은 사실 짧다.
적어도 의식적인 정신에게는 우연한 현상으로 보일 것이다.
즉 우리가 우리를 둘러싼 세계를 수용하게 되는 짧은 시간이다.”라는 보통의 말은 옳다.
‘모르는 내일을 모르는 사랑으로 가벼이 받’기 위해서는.
- 권순진 시하늘 통신에서
* * *
인생 자체가 여행이라는 거, 누구와 함께하는 여행이냐에 따라 그 내용이나 질이 달라 진다는 거 잘 알고 있다.
아들이 2주 먼저 떠났고, 아이들 막내고모, 한 살 아래 시누이와 함께 떠난 여행이었다.
이제까지 해 본 여행중에 물리적으로 거리가 제일 멀었고, 가장 낯선 곳이며 일정이 가장 길었던 여행이었다.
모르는 곳으로 가서
모르는 사람과
모르는 언어...
그랬다. 문제는 대략 한달을 거의 귀머거리에 벙어리인 채 지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어디가서나 사람을 만나 지적인 대화를 나누는 즐거움이 있는데...'지적'은 고사하고
일상적인 생활언어도 안되는 통에 힘들었다. ( 지금부터 생활언어라도 좀 익혀야지)
세계 공용어인 영어도 문장으로는 좀 되지만 말이 안되는 게 문제고, 상대방이 영어를 구사 할줄 알아야 하니
어떻든 평소 익숙하게 반복적으로 되풀이되는 일상을 탈출하여 ' 자유'롭기 위해 떠나는게 여행인데
언어 때문에 자유롭지 못했다. 하지만 낯선 문화를 접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신선한 자극은 되었다
아직 젊은 아들은 지들 세대의 문화가 있어 눈치로라도 생활 적응이 되는데 안전이 담보되고 행동반응 예측이 가능한
선진국이 아니어서인지 ( 유럽이나 미국서 터지는 사고를 보면 사실 요즘 안전이 담보되는 선진국이란 없다)
평소 한국에서조차 일상생활에서 순발력이 떨어지는 나를 아이들은 무척 불안해 했다.
아들 표현을 빌면 ' 엄마는 너무 사람 좋은 인상을 띠고 다녀서' 그렇다고 했고, 딸은 제 아빠가 동참하지 못한 것이
계속 맘에 쓰여' 내년에 아빠랑 같이 다시 오자'는 말을 여러번 되풀이 했다.
혼자가 아니라 동양인 넷이 몰려 다니니 시선을 끌수 밖에 없기도 했지만 불가항력적으로 카드를 빼인 것 말고는
딸이 거의 현지인 수준이라 한달 여행을 잘 마치고 돌아왔다.
여행은 떠날 때까지 준비가 1/3, 여행 자체가 1/3, 여행 후가 1/3 합쳐져서 1이 된다는데
이번 여행은 거의 10번 정도의 비행기 티켓, 7번 정도의 숙박 예약과 철도 교통편, 관광지 입장료 등
딸이 다 예약한 탓에 준비 1, 여행 자체가 7, 여행 후기가 2 정도의 비중이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여행 흐름이 동남아, 중국, 일본은 아주 쉽게, 서부유럽, 미국 캐나다, 호주 거쳐 동유럽을 다녀오는 풍토
최근엔 러시아를 거쳐 유럽으로 들어가는 코스가 대거 는거 같다. (러시아를 거칠 경우 항공료가 내려가서 여행 단가가
내려가나 보다고 나름 생각)
특별히 업무 연관이 있다거나 마니아가 아닌 일반인의 경우 남은 코스가 내전이 있는 여행 경고, 주의지역을
제외한 아프리카, 중남미인 것 같은데...
물리적 거리도 멀지만 평소 위험하다고 알려진 중 남미도 정보를 잘 알고 의사소통이 되면 그렇게 위험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비유 해 보면 이해가 쉬우냐하면
우리나라 사정을 좀 아는 사람들은 북의 핵 위협 때문에 한국을 '일촉즉발'의 위험지역으로 여기는 사람이 많다.
당장 전쟁이 일어 날 것 같은...그러나 막상 몸 담고 살고 있는 우리는 으레 그려르니 하는 것 처럼 말이다.
멕시코 여행 중 이번 같이 지진이 일어나는 천재지변의 경우는 '인명재천' 이라 할 수 밖에 없는 예상 못한
사고라 여겨야 할 것이다.
스무살 남짓 딸이 처음 외국으로 나갈 때의 말이 위로가 될 경우가 많았다.
' 한국에 있어도 사고를 당할 수 있고, 집안에서도 다칠수 있는데...그렇게 생각하면 아무데도 갈수 없어요.'
그렇게 해외 첫발을 디딘게 10년이 넘었고 해외 생활만 7년이상 하고 있는 셈이다.
험한 멕시코에서 외모만 빼면 거의 현지인으로 살고 있는 딸을 보며...그 곳의 풍토와 문화를 알아
미리 대처하고 그 나라 생활 흐름에 맞추어 살다보면 ' 세계 어디나 사람 사는 곳'이라는게 나의 결론이다.
물론 의사소통을 위한 언어사용이 자유로울 때 얘기다.
사진: 쿠스코 이층버스 투어
'시로 여는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최영미 가을에는, 혼자라는 건 (0) | 2017.10.13 |
---|---|
허은실 바람이 부네 누가 이름을 부르네, 저녁의 호명 (0) | 2017.10.11 |
정용국 아득하다 (0) | 2017.09.04 |
김영순 가장 안쪽, 갑마장길 4. 6 (0) | 2017.09.01 |
이혜미 개인적인 비 (0) | 2017.08.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