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정용국 아득하다

생게사부르 2017. 9. 4. 00:30

정용국


아득하다


모롱이 개암열매 제풀에 떨어지고
상강도 주춤주춤 잰 걸음을 치는 저녁
부뚜막 개다리소반엔 시레깃국 두 그릇
노부부 살강살강 그릇을 비우는 사이
빈 마을 휘돌아 온 살가운 바람 한 올
홍적새 까만 시간을 되짚고 돌아왔다

 

 

*      *      *

 

 

여름은 끝자락인가요?

올 여름 같으면 정말 한 계절 나기가 힘들었네요.

 

날씨는 덥지...찬 거 연방 들이키고 밥 먹는거 귀찮아서 소홀하다가

빈 속에 비빔국수를 먹은 게 발단이 되었는데 연이어 예방접종을  세개나 한꺼번에 맞아 놓으니

몸이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먹는 양이 많지 않고 비교적 규칙적인 식습관으로 이제껏 위염이나 위궤양 같은 건 없었던 거 같은데

세 주 이상 혼이 났습니다.

 

멕시코는 필수 접종이 없었는데 페루를 갈 예정이어서 ' 황열병' 은 필히 맞아야 했고

파상풍 정도 맞고 가려 했는데...어떻게 하다보니 A형 간염까지 맞게 되었어요.

( 나중에 보니 나이 든 사람들은 안 맞아도 된다고 하네요. 오히려 20-40 대가 맞아야 한다는데)

어떻든 세개 병균이 안에 들어가서 어떻게 전투를 치르는, 예방접종이라는게 항체형성을 목표로 하는 것이니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기다려 본다고 병원을 안 가서 더 괴로웠습니다.

A 형 간염에 그런 부작용들이 있더군요. 메스꺼움 , 구토 등등 소화기 계통의 이상증상

 

먼 여행을 앞두고 있어서 더 조바심이 났습니다.

나아서 가지 않으면 물 설고 음식 설어서 모처럼 딸과 아들과 만나 즐거워야 할 여행이 힘들어서 고생 하다

올 수도 있어서 공을 많이 들였습니다.

 

비교적 회복이 되어 떠나게 되어 감사한 마음입니다.

 

간적으로 아득할 수도 있고 공간적으로 아득할 수도 있지만

거리적으로 아득한  중남미,

멕시코를 베이스로 쿠바 아바나 바라데로, 페루 마추피츄 갔다가 칸쿤을 들러 올 예정입니다.

아마득한 곳이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곳이 되었다가 다녀와서 한참 시간이 흐르면

기억 속에서 또 아마득히 존재하는 곳이 되겠지요.

 

블로그 1000개 정도 포스팅하면 좀 쉬려고 했습니다.

 

정말 제가 하고 싶은 건 창작이거든요.

아직 천개가 안 되었지만 여행으로 한 달 이상 쉴 것 같아요.

젊은 애들처럼 여행을 하면서 동시에 즉시즉시 포스팅도 하는 '멀티'한 성격이 아니어서

그 순간을, 현실을 최대한 즐기려고 합니다.

 

그 더운 여름을 밀어내고 들어서는 가을 잘들 맞이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