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발령지 동갑내기 추억여행 첫 날
24-25살 발령 받아가면 고등학생들은 말할 필요도 없고, 중학생이라도 학생들과 열살 이상 차이나지 않았다.
우리 때는 그랬다.
지금 젊은 아이들 같이 대학 재학 중에 휴학을 하고 해외 어학연수나 인턴같은 수습기간을 거쳐야
하는 것도 아니고 졸업을 늦추기 위해 대학 5학년을 몇 번씩 거친다든지 심지어 임용고시를 몇 해에 걸쳐
재수를 하는 일도 거의 드물었기 때문이다
통영과 산양 쪽에 첫 발령을 받아 병아리 교사시절을 함께 한 동갑내기 넷이 추억여행을 하기로 의기 투합했다
대학 학과동기로 아직 현직인 친구는 고 3 담임이어서 방학 중에 수시 원서를 쓰야하고
한 친구는 이틀 뒤에 러시아 여행이 잡혀 있어서 1박짜리 짦은 여행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울산에 살고 있는 친구가 부산으로 가서 한 친구를 만나고 다시 창원으로, 셋이 모여 마산에서 합류했다
차를 일박시켜야 하는데 롯데 백화점은 다음날 월욜이라 마산 박물관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친목모임이니 구체적으로 계획일정을 짜지는 않았지만 머릿속에 대충의 계획은 잡았다.
여행이 일상화 된 시대, 해외도 나가고 대한민국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면서 의외로 가까운 곳을 소홀히 할 때가 많다.
가까운 자기 주변은 여행이 아닌 일상이어서 그런 것인지 아직 마산 박물관을 한번도 포스팅하지 않았다
경남에서 김해박물관과 진주박물관이 좀 풍성하고 마산박물관이 다소 허퉁한 감이 있더라도 말이다.
마산박물관과 문신미술관은 바로 우리동네다.
산책하면서 걸어서 가 볼수 있는 곳이어서 여러번 갔고 사진과 자료가 없는 것도 아닌데
마산박물관은 아직 한번도 소개하지 않았다.
비교적 주차하기가 쉬워서 화물차도 주차해 있지만 택시기사들의 좋은 휴식공간이 되어 주는 곳,
마산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곳,
내가 몸 담고 있는 주변부터 관심을 가져야지 하고 반성하는 맘이된다.
차를 세운 김에 문신미술관, 마산박물관을 둘러 봤다.
상설전시 외에 특별기획전을 하는데 이번에는 '아프리카' 전이었다.
주로 가면이나 일상용품을 매우 섬세하고 정교하게 조각을 한 작품들이었는데 일회적인 의식용으로
사용하고 다 불에 태우는 와중에 남아 있는 작품들이라 귀한 만남이었다.
조상들이 남긴 소중한 유물도 그 후손들이 힘이 있어야 지킬 수가 있는데
그 희소성의 가치로 인해 아프리카 문화유산들이 최근 값 비싸게 경매에 부쳐지곤 하는 모양이다.
작년에 갔을 때는 ' 마야문명 특별전'을 하고 있었다. 원래부터 마야, 잉카 문명에 관심이 많았고
딸이 생활하고 있는 곳이니 더 관심갖고 관람하고 사진 찍어도 된다기에 셔터도 눌렀다.
다녀와서 그 문명의 전성기와 멸망에 관해 엄청 공부도 했는데...너무 벼루어서 그랬나? 아직...
하지만 조만간 올릴 것이란 예감이 든다. 그 지역 여행일정이 잡혔기 때문이다
또 하나 운이 좋아 접하게 된 작가가 있었다. 제 1 전시실에서 보게된 이용덕 이라는 분의 특이한 조각 ...
이 날이 전시 마지막 날이었다. 이런 건 운이 좋다고 밖에는 딱히 할 말이...
조각이 어떻게 특이 했느냐 하면 360도 파노라마 조각이라고 해야 하나?
작품의 시선이 관람객을 따라 다닌다는 것이다. 음각과 빛의 조화겠지만 보는 위치에 따라 얼굴 모습이 다르게 보였다.
특이한 발상도 그렇지만 직접 작품을 재현해 내는 과정이 궁금하고 신기했다
이분 조각에 대해 조금 더 소개를 하면' 역상 조각' 이라는 명칭이 사용된다.
즉 조각이 '입체'여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평면보다 오목 들어 가도록 제작하는 조각형식이다
그 효과는 사진으로 보면 평면그림처럼 보이지만 옆에서 보면 파고 들어간 음각조각으로 시각과 각도에 따라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을 갖게 하는 특징이 있다
작가가 표현하고자 한 것이 무엇인지 작가의 말에서 인용해 보면
' 쉬지 않고 흘러가는 강물처럼 현재의 모습은 계속 과거라는 벽 속으로 사라진다
사진이 이들의 잔상이라도 남겨 놓듯이 저장해 놓고 싶다
사라졌지만 있고, 있지만 이미 거기에는 없는 그들을 과거와 현재의 중간에 영원히 - (special conversation)
문학이나 예술은 작가의 인생철학의 표현이다.
짦은 소견이지만 내용과 형식면에서 두 가지가 떠 올랐다.
하나.
계곡이든 강물에 발을 담그고 앉아 있지만 발목에 잠기는 물은 잠시도 머물러 있지 않고 흐른다
좀 전에는 더 위에 있었고 잠시 후에 이미 아래로 흘러 갔다. 순간이지만 잠시라도 스쳤던건 건 사실이다
둘.
미술 시간에 정물화를 그리는데 자신이 보는 위치에서 자신이 보이는 걸 그릴수 밖에 없지만
그렇게 그려진 물체가 그의 실체(진실)는 아니다.
보는 위치는 말 할 필요도 없거니와 같은 위치라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빛에 따라 계속 달라지기 때문이다
하나는 작가가 표현하고자 한 내용이고
두번째는 그 한계를 극복해 보고자 한 것이 아니었나라고 내 나름대로 이해한다
마지막 날이라 그런지 관람객이 없었던 관계로 자원봉사자 안내도우미 분이 사진을 찍어 주셨다.
친구들이 이렇게 다니니 좋아 보인다면서
문신 조각 대부분이 대칭(시메트리)을 이루고 '비상' 하는 멋이 있지만 몇몇 조각의 매력은 굴절되어
비치는 사람들의 모습이 매우 재미 있다
마산 박물관은 다시 한번 포스팅 할 것이다.
구암동에 있는 3.15 민주국립 묘지와 이분되어 있기도 하지만 무학초등학교 부근, 중앙동 일대등 마산시에 존재하는
역사적 현장과 연결되어 합쳐져야 생동하는 ' 마산 정신' 을 제대로 체험할 것이기 때문이다.
부근 ' 거가 삼계탕'에서 점심 식사를 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어제 다들 삼계탕을 먹었고,
아직 시간이 이르니 가볍게 먹자는 의견을 받아들여 합포구청 앞 ' 영남 밀면'으로 갔다.
이른 점심을 하러 나온 분들이 많아 평소처럼 줄 서서 기다렸다. 맛이 좀 괜찮은 집은 으레 그려르니 하고
친구들도 당연시 해서 주선 한 사람으로 미안하지 않았다. 가히 우리나라 음식 문화의 한 단면이랄까?
영남 밀면은 거의 십오년 이상 단골인데 카운터 앉으셨던 할아버지가 안 보이시고 갓난 손자 손녀가 자란 것
제외하면 크게 변하지는 않은 것 같다
물가가 오르니 육수가 좀 옅어졌고 가격이 조금씩 올랐다는 것을 빼면...그래도 그 정도면 성공인 맛집이라 볼수 있다.
이전 사천 냉면집처럼 유명해서 일부러 찾아 다니고 하다가 집 넓히고 주인세대가 바뀌어 맛이 영 아니다 싶으면
다시 찾아가지 않게 되는 경우도 많지 않던가
일단 고성 상족암을 목표로 출발했는데 친구가 이미 인터넷으로 뽑아보았는지 가는 길이라며 연꽃 공원과
헬렌의 정원을 추천했다.
나는 식물 가꾸는 일은 잼뱅이지만 다른 사람들이 잘 가꾸어 놓은 걸 감상하는 것도 한 기쁨이다.
카페에서는 음료와 옷 모자 신발 같은 물건을 팔기도 하고
정원으로 가꾸어 진 곳은 살림집인 듯 했다
공룡박물관을 먼저 보고 해 지기 전 상족암으로 갔다. 최근 다녀 온 곳이라 기사와 가이드 역할 제대로 했고
숙소로 잡은 당항포 경남교육복지관에 무사히 도착해서 그간 살아온 수다 보따리를 풀었다
특별히 식사를 하러 나가지 않아도 가져 온 음식과 과일만으로도 차고 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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