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목
모래시계
잤던 잠을 또 잤다
모래처럼 하얗게 쏟아지는 잠이었다
누군가의 이름이든
부르면,
그가 나타날 것 같은 모래밭이었다.
잠은 어떻게 그 많은 모래를 다
옮겨 왔을까?
멀리서부터 모래를 털며 걸어오는
사람을 보았다
모래로 부서지는 이름을 보았다
가까워지면,
누가 누군지 알 수 없었다
누군가의 해변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잤던 잠을 또 잤다
꿨던 꿈을 또 꾸며 파도소리를 듣고
있었다 파도는 언제부터 내 몸의 모래를
다 가져갔을까?
누군가가 누군가를 부르면
내가 돌아보았다
누군가가 누군가를 부르지 않아도
나는 돌아보았다
- 시집, 누군가가 누군가를 부르면 내가
돌아보았다. 창비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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