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박지웅 소리의 정면

생게사부르 2017. 7. 12. 00:03

박지웅


소리의 정면




명수우물길에 사는 아낙은
소리에 이불을 덮어씌우고, 한다
그 집 창가에 꽃이 움찔거리면
어쩔수 없이 행인은
아낙이 놓은 소리의 징검다리를
조심스럽게 건너야 한다
생각지도 않은 오후,
악다물고 움켜지다 그만 놓처버린
신음과 발소리가 딱 마주친다
아, 서로 붉어진다
소리의 정면이란 이렇게 민망한 것
먼저 지나가시라
꽃은 알몸으로 창가에 기대고
나는 발소리를 화분처럼 안고
조용히 우물길을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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