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박소란 설탕

생게사부르 2017. 6. 27. 00:10

박소란


설탕


커피 두 스푼 설탕 세 스푼 당신은
다정한 사람입니까 오 어쩌면

테이블 아래
새하얀 설탕을 입에 문 개미들이 총총총
기쁨에 찬 얼굴로 지나갑니다 개미는
다정한 친구입니까 애인입니까

단 것을 좋아하는 사람
달콤한 입술로 내가 가본 적 없는
먼 곳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 당신을
위해
오늘도 나는 단것을 주문하고 마치
단것을 좋아하는 사람처럼
웃고 재잘대고 도무지 맛을 알 수 없는
불안이 통째로 쏟아진 커피를 마시며

단것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합니다
당신은 다정한 사람입니까 다정을 흉내
내는 말투로
한번 쯤 묻고도 싶었는데

언제나처럼 입안 가득 설탕만을
털어넣습니다
그런 내게 손을 내미는 당신

당신은 다정한 사람입니까 오 제발
다정한
당신의 두 발, 무심코
어느 가녀린 생을 우지끈 스쳐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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