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익
그리운 악마
숨겨 둔 정부(情婦) 하나
있으면 좋겠다
몰래 나 홀로 찾아드는
외진 골목길 끝, 그집
불 밝은 창문
그리고 우리 둘 사이
숨막히는 암호 하나 가졌으면 좋겠다.
한잔의 기쁨 위에
초봄에는
가만히 앉았어도 왠지 눈물겹다
봄풀이 돋아나도 그렇고
강물이 풀려도 그렇다
말없이 서러운 것들
제가끔 제자리로 돌아오고 있는 이 길목의 하루는
반가움에 온몸이 젖어
덩싱덩실 일어나 춤이라도 추고 싶다
바람같이 언덕을 달리고 싶다
오오, 환생하는 것들 어리면 어릴수록
약하면 약할 수록
나를 설레이게하는
만남의 희열이여, 무한 축복이여
초봄에
가만히 앉았어도 왠지 눈물겹다
한 잔의 기쁨 위에
또 한 잔의 슬픔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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