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신동집, 반격

생게사부르 2015. 12. 19. 23:14

신동집

 

 

반격(反擊)

 

 

천만에

아직도 내기는 끝나지 않았다
하찮은 풍경(風景)을 뒤늦게

탓해도 안될 말

살아 남는 일은 적어도

유일한 예절(禮節)이다

묵은 상흔에 연둣빛

새아림을 포개며

살아 남는 일은 적어도

유일한 지조(志操)다

무언가 남루자락이

흙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굴함 없는 이름 석자로

맹백히 펄럭이고 있다

주사위를 던진 손이

이따금 시리다

기묘한 표정들이 지켜보고 있다

천만에

아직도 내기는 끝나지 않았다

노을 속에 불붙는 군기(軍旗)

기억 속에 우렁찬 나팔소리

지금이야말로

반격(反擊)의 때

 

 

 

 

살아 남는 일은 유일한 예절이고 지조이건만

그 것마저 놓아버리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지는 시대이다

 

견 뎌내야 할 것들

결국은 희망일 것으로 믿고

시인처럼 호기라도 부려서

반격을 가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