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란
천변 풍경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 걷고 있다. 힘차게 팔을 흔들며
오고 가는 풍경
이 속에 나는 있다
지금은 안심할 수 있다
나는 걷고 있고 그러므로 살고 있다
자전거에 오른 연인이 둥글게 둥글게 달려간다
물 위로 사뭇 흩뿌려진 웃음의 경적, 몸을 씻던 해오라기 몇 푸드득 거리며 새를 흉내내고
살아 있는 것, 억새처럼 흰 것, 가느다란 것, 자꾸만 동작하는 것
지금은 알수 있다
나는 걷고 있고 그러므로 살고 있다. 힘차게 팔을 흔들며
개천은 흐른다
나는 계속 걸어갈 것이다. 모퉁이를 돌아 다시 걸어올 것이다
살아 있는 것 우측 보행을 하는 것, 무심코
바닥에 말라 비틀어진 지렁이를 밟는다
이 어줍은 것
불현 듯 꿈틀거리며 몸을 일으킨다 해도 가벼운 목례로써
앞질러 종종종 멀어진다 해도
나는 놀라지 않는다
건강하므로 지금은 건강할 것이므로
- 동국문인회 '동국시집' 제 44집에서
* * *
' 나는 걷고 있고 그러므로 살고 있다 힘차게 팔을 흔들며'
인간의 중요한 특성인 직립보행 이후 걸을 때까지가 인간이라고 했던가?
시인은 아직 삼십대 같은데... 실감을 할까? 하긴 미루어 상상하는 일이 시인의 일이니
걸어서 자기가 가고 싶은 곳에 마음대로 갈 수 있다는 이동의 수단 외에 장이 움직이고
뇌에 자극이 가는 일, 걷는다는 일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외국인들이 호기심을 나타내며 신기해 한 일 중 하나의 광경이
' 왜 한국의 아줌마들은 하나같이 팔을 앞뒤로 움직이면서 걷느냐'는 것도 있었다고 알고 있다
비록 천변 뿐 아니라 주변 공원, 학교 운동장을 걷는 아줌마들의 모습, 힘차게 팔을 흔들며...
젊을 때야 격렬한 운동도 하고 등산도 다닌다지만 60-70대 들면 뼈 밀도가 약해지고 무릎이나 발목
관절이 약하다보니 걷는 운동을 하게되고
특별히 헬스나 수영같이 운동을 위한 전문기관을 다니지 않아도, 또 특별한 운동기구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부담없이 할수 있는 운동이 ' 걷는 일' 일 것이다
자동차를 타는 대신 걸으면 수명이 4-5년 늘어 날수 있다는 얘기도 있지만
이즈음은 차가 있으니 원거리까지도 맛집을 찾아 다니면서 '맛있는 것' 을 먹고 먹자마자
차를 타고 이동하는 일이 흔하다.
그래서 생각해 낸 일이 가능하면 가까운 곳은 걸어다니는 일상을 생활화하기
친구들이나 지인들 모임 후 먹은만큼 반드시 걸어서 소화를 시킨 후 차를 타기 등을 실천하려고 노력한다
생산활동에 바쁜 젊은 분들은 그러기가 어려 울 것이다.
시간이 곧 경쟁력이기에 차를 타고 이동해서 시간을 절약한 만큼 차라리 쉬어주는 일을 선택하려 할 것이다
겨울에 비해 여름이 걷기 어려운 점이 있다.
좀 젊잖게(?) 만나야 할 모임일 때는 많이 걸으면 땀이 삐질삐질, 민망해서 차를 탈 수 밖에 없기도 한 계절이
다가 왔다
한달 가까이 국토종단한 자랑스런 여고동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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