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정화진 사람과 사람이 어울려

생게사부르 2017. 6. 15. 15:16

정화진


 

사람과 사람이 어울려

 

사람과 사람이 어울려 집을 짓는다
철근을 넣고 모래를 거르고
꿈처럼 벽돌을 키워 올린다
외딴 섬벽을 기어오르는 바닷물이 저들의
온 몸에서 번들거린다.
무더운 팔에 햇빛이 엉기고
굽은 등으로 걸터 앉는 하늘
하늘에 가려 먼 곳이 안보인다
판넬과 모래를 실은 트럭을 몇 차례 비켜서며
터무니 없이 나는 왜 오그라드는지.
풀꽃은 왜 떨어지는지.
바람은 왜 서는지
꽃은 떨어져 어디를 찌그러뜨리고
신호등 앞 볏단같이 묶인 사람들이 보이는 이곳
무더운 바람이 범람하는 변두리
사람과 사람이 어울려 집을 짓는다.
시멘트 포대 쓸데없는 철사 토막
여자들도 보이고
하늘을 흩으며 가는 장화가 용기보다
외롭다. 질고 삐뚤은 바닥을 딛고 선 저들
하늘이 잠시 들먹거린다
이 한낮 공사장
주변에서 나는
하늘에 가려 먼 곳이 안 보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