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복
22.
꽃은 어제의 하늘 속에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 속에 있지 않다
사람이 사랑 속에서
사랑하는 것이다
목 좁은 꽃병에
간신히 끼여 들어 온 꽃대궁이
바닥의 퀘퀘한 냄새 속에 시들어가고
꽃은 어제의 하늘 속에 있다
23.
오늘 아침 새소리
병이란 그리워할 줄
모르는 것
사람들은 그리워서
병이 나는 줄 알지 그러나
병은 참말로 어떻게
그리워할지를 모르는 것
오늘 아침 새소리
미닫이 문틈에 끼인 실밥 같고,
그대를 생각하는 내 이마는
여자들 풀섶에서 오줌 누고 떠난 자리 같다
- 아, 입이 없는 것들. 2003. 문학과 지성사
'시로 여는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석주 다시 첫사랑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0) | 2017.06.16 |
---|---|
정화진 사람과 사람이 어울려 (0) | 2017.06.15 |
최찬상 반가사유상 (0) | 2017.06.13 |
최정례 레바논 감정 (0) | 2017.06.12 |
장석남 나의 울음터 (0) | 2017.06.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