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숙
아현동 가구거리에서
젖은 백발처럼 폭양을 뒤집어 쓰고
폭삭 지쳐
망연자실 멈춰 서 있을 때
스스로 내 몸에
배어드는 듯, 배어나는 듯
한 켜의 내가 겹쳐진다
20년 전에도 이랬었지
자욱한 매연 와그락따그락 소음
이 거리에서 이렇게
방전되고 있었지
그때 나 아직 젊었을 적에
젊은 줄 모르고 젊었지
그때는 아무도 내게
젊다고 말해 주지 않았으면서
지금은 늙었다고
가르쳐 주지 않는 사람이 없네.
* * *
가끔 행사 참석을 위해 대학 캠퍼스에 가는 경우가 있다.
작년 올해는 '경남 과학기술대'에 자주 드나들었다. '복효근 시인' '문성해 시인' 초청특강을 비롯 해서
' 진주화요문학회' 행사가 주로 그 곳을 빌려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이성복 시인 초청특강은 " 경상대" 였고, 고재홍 샘 ' 자기 고양' 콜로큐엄은 ' 경남대'에서 열렸다
도시 구석구석에서 중년 이상의 삶을 많이 접 할수 밖에 없는 일상,
젊음의 활력이 흘러 넘치는 대학공간은 내가 의식하든, 하지 않든 스스로 젊어지는 기분이 든다
나 아직 ' 젊었을 적에는 젊은 줄 모르고 젊었고' 그렇다. 그 당시는 몰랐다
숱한 작가들이 노래했고 이미 젊음을 건너온 수 많은 사람들이 ' 청춘'과 ' 젊음'의 축복을 노래 할 때
나 역시 그 당시는 몰랐었다.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것, 그 당시는 알리가 없는 게 당연하다.
특별히 어떤 일부만 나이드는 것이 아니고 사람은 누구나 늙어가게 되어 있고
젊음이 노력해서 얻은 댓가가 아니 듯, 나이 드는 것 또한 자신의 잘못으로 이루어지는 일이 아님에도
주눅들고 위축되는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늙어 가는게 아니라 익어간다'는 대중가요의 가사처럼
선명했던 자신의 외모가 희미해지고 처진 주름이 연륜을 대신해 가는 서글픔이 있더라도
너무 슬퍼하거나 애닯아 하지 말자.
건너 온 지난 우리 젊은 시절, 사랑스러운 추억으로 오래 거기 남아 있기에...
오늘도 기차는 몇번이나 무의미하게 지나가고
오늘도 나는 누구를 기다려 정차장 가까운 언덕
에서 서성거릴게다
' - 아마 젊음은 오래 거기 남아있거라.
'윤동주의 시 사랑스러운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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