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희
식탁의 목적 혹은 그 외의 식탁들
식물들은 모두 끝이 잘려 나갔다
시무룩한 죽음
가지런하게 중심에 놓여 있다
지루한 체위는 계속되었다
당신은 낮을 가둔 밤을 이야기하고
나는 밤이 숨긴 낮에 대해 이야기한다
캄캄한데 눈물이 나지 않아서
밥을 먹었다
식탁 아래로
자꾸만 별이 진다
발이 닿지 않는
나는 혼자
식탁에 너무 오래 앉아 있다
어떻게 하면 최대한 상투적일 수 있을까
끝은 사방에서 말없이 시들었고
여름이 오고 있었다
기다리지 않는 사람들이 식탁 조명처럼 켜지거나
꽃이 한두 번 흐지부지 피었다
식탁은 공중에 차려지고
별이 지는 방향
발이 닿지 않는 방향
내가 없는 방향으로
나는 그 외의 식탁들처럼 걸어갔다
2014. 시 산맥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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