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배 한봉 아름다운 수작

생게사부르 2017. 3. 30. 09:16

배한봉


아름다운 수작


봄비 그치자 햇살이 더 환하다
씀바귀 꽃잎 위에서
무당벌레 한마리 슬금슬금 수작을 건다
둥글고 검은 무늬의 빨간 비단 옷
이 멋장이 신사를 믿어도 될까
간짓간짓 꽃대 흔드는 저 촌색씨
초록 치맛자락에
촉촉한 미풍 한 소절 싸안는 거 본다
그때, 맺힌 물방울 하나가 떨어졌던가
잠시 꽃술이 떨렸던가
나 태어나기 전부터
수억 겁 싱싱한 사랑으로 살아왔을
생명들의 아름다운 수작
나는 오늘 그 햇살 그물에 걸려
황홀하게 까무러치는 세상 하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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