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손현숙 틈, 매혹-갈라진 바위

생게사부르 2017. 3. 22. 00:57

손 현숙





몇 날 며칠 통증을 앓게 하는
내 삶의 가장 안쪽을 불안하게 비집는

한번도 불러들인 적 없는데
저 스스로 와서
한 아가리, 크게 나를 삼키고 싶어하는
새벽마다 두통을 몰고와
내 속을 거뜬하게 두드려 부수기도 하는
때로는 밤의 강 유유히 건너와서
머리에서 발끝까지 피 말리며 하얗게 움켜쥐는
누구냐?
느닷없이 쾅쾅!
내 가슴에 머리를 들이박고 무작정
못을 치는

 

 

매혹, 갈라진 바위

 

이 칸에서 저 칸으로 건너가는 일 밖에서 안으로 드는 거다 금 하나를 사이에 두고 갈라진 얼굴,
한 번도 다문 적 없는 입술 같다 등 뒤로 천 길 낭떠러지 나를 따라 올라오거나 말거나 손끝으로
짚어가는 불협화음처럼 북한산 만경대 피아놋길 치고 올라 섰는데 협곡, 바위와 바위 사이로 하
늘 시퍼렇게 쏟아진다 아차, 순간 발 빠뜨린다면 오늘이 내 길의 완성이겠다 다리를 멀리 뻗어 훌
쩍, 날아야 할까 보다 누가 자꾸 뒷골 잡아당기는 여기! 최후의 결심인 듯 최초의 문장처럼 가볍
게 남쪽으로 바람의 등을 타야 하는

 

 

 

1959년 5월 16일 (만 57세)서울

1999년 등단  '꽃터진다 도망가자' 현대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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