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류인서 꽃 먼저와서

생게사부르 2017. 3. 25. 01:24

류인서


꽃 먼저 와서


횡단보도 신호등이 파란불로 바뀔동안
도둑고양이 한마리 어슬렁 어슬렁 도로를 질러 갈 동안
나 잠시 한 눈 팔 동안,

꽃 먼저 피고 말았다

쥐똥나무 울타리에는 개나리 꽃이
탱자나무에는 살구꽃이
민들레 톱니 진 잎 겨드랑이에는 오랑캐꽃이
하얗게 붉게 샛노랗게, 뒤죽박죽 앞뒤없이 꽃피고 말았다

이 환한 봄날,

세상천지 난만하게
꽃들이 먼저와서 피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