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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유 골목을 사랑하는 방식

골목을 사랑하는 방식/ 박소유 누구에게나 그런 곳이 있지 자기만 들어가면 벌써 어두워지는 저쪽 한번도 뱉지 않은 자신의 과거를 거리낌 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저쪽 사람들은 죽은 자들처럼 감정이 없어야 하지 뒷골목을 앞으로 낸다고 햇빛 쏟아지는 들판이 될 순 없겠지만 조그만 기척에도 가슴 뜨거워질 때가 있지 금방 죽을 꽃을 왜 사다 꽃는지 꼬마선인장은 벌써 말라비틀어졌고 피 묻은 날계란처럼 짜장을 뒤집어쓰고 있는 중국집 그릇은 좀 씻어서 내놓으면 안 되나 더 이상은 잔소리다 산자들의 감정에는 구석이 있어서 자꾸 모퉁이가 생긴다 오지 않은 앞날이나 지나간 것들에 대해서 말하지 말자 뒷골목에도 나름 지켜야 할 게 있다고 (이건 정의가 아니고 예의다) 어둠을 건너뛰는 고양이 발끝이 조심스럽다 * * * 누구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