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모시옷 한벌-임미형

생게사부르 2016. 8. 13. 14:59

모시 옷 한벌

 

 

임미형


부채 끝에 꽃잎이 펄럭이면
무릎에 비벼 풀실로 짠
모시 베 한필 바꿔다가 마름질 한다
보일 듯한 속내를 올올이 세어
박아서 자르고 또 꺾어 박아
참새 부리 같은 섶에서 매미 소리가 나면
살금살금 뒤축을 들고 깃을 세운다
야무진 깨끼옷 곱솔 박음질이
흐트러지지 않는 물길처럼 곱디 고울 때
치마 적삼 가지런히
찹쌀 풀 먹인 풀벌레 옷깃
새벽 이슬에 걸어 두었다가
자근자근 밟아 빠슷하게 다린 후
숫 눈 같은 동정 달고나면
한송이 흰 연꽃이
먼날의 인연처럼 피어난다

 

 

제11회 동서문학 시부문 금상수상

 

*         *         *

 

삶의 향기,

동서문학상 자체가 여성만을 대상으로 공모하는 행사이긴 하지만

 

 참으로 여성스러운,

 여성만이 쓸 수 있는 작품이란 생각

 화요 시창작 교실, 한 분이 특히 좋아할 시다.

 바꾸어 말하면 나로서는 쓰기 어려운...

 

 지인들의 성향을 알게되면 그의 개성을 알고 받아들인다.

 음식을 먹다가 ' 아! 누구 데려와서 같이 함 먹어야지' 할 때가 있고

 옷을 사러 가서도 ' 아 ! 이 옷은 누구 취향이야. 알려 줘야지' 할 때가 있는 것처럼

  

  시나 그림, 영화를 선택하는 취향이라는 것,

  결국 시나 문화예술 작품이 '어떤 사람'의 창조물이라는 것인데

  나와는 다르지만 그 기호나 취향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

 

  어떤 사람을 제대로 알고 교류하는 것 또한 이 세상을 건너는 한 즐거움이다

 

 

 


사진출처: 네이버 블로그, 주영* 춤추듯 세상으로 나아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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