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신정민-끈

생게사부르 2016. 6. 30. 05:43

신정민



쿠키상자를 묶기엔 조금 길고
나무에 걸어 목을 매달기엔 미끄러울 것 같다

간혹 눈에 밟힌다는 찰나

풀 더미 속으로
몸을 먼저 감추는 바람에
저보다 내가 더 징그럽단 말이 성사된다

멀어지고 있는 우리 사이를 이어 주기엔 짧고
어디서 매듭을 지어야 하나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던 비운 한 토막

고무줄도 아닌것이
실크 넥타이도 아닌 것이
리본인듯 해줄 수 있는 일이란

휘어지고 있는 곡선의 정점에 힘을 주고 나아가는 것
풀어서 쓰기엔 어딘가 좀 부족한 유혹

여자의 발에 밟혀
나의 모든 기도를 함께 듣고 있다

 

 

-<리토피아> 2016. 봄호

 

 

1961. 전북전주 출생

2003. <부산일보> 신춘문예 당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