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안도현-연초록 , 김사인-아카시아, 이건청-청매실

생게사부르 2016. 5. 21. 17:54

안도현

연초록의 이삿 날

연초록을 받쳐들고 선 저 느티나무들 참 장하다
산등성이로 자꾸 연초록을 밀어 올린다
옮기는 팔뚝과 또 넘겨받는 팔뚝의 뻣센 힘줄들이 다 보인다
여기서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더 가져가겠다는 뜻 없다
저수지에도 몇국자씩이나 펴 주는 것 보기 참 좋다


김사인(1955~)

아카시아


먼 별에서 향기는 오나
그 별에서 두마리 순한 짐승으로
우리 뒹굴던 날이 있기는 했나
나는 기억 안나네
아카시아

허기진 이마여
정맥이 파르랗던 손등
두고 온 고향의 막내 누이여

나무 전체가 전등을 켠 듯 환하다
아카시아 꿀 밀원(蜜源)
핏기 없는 핼쓱한 얼굴 하나
들어 있다

 

 

이건청(1942~)

 

 

청매실이 머무는 집

 

 

저것들이

내 집에서

꽃을 피우고

열매 속에 매실즙을

그득그득 눌러 담는 동안,

 

어느 사람이 처방전을 받으러

병원엘 드나드는 동안

 

5월이 가버리고

봄도 다 가버렸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