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봄시- , 조미선, 어느 국어샘

생게사부르 2016. 3. 12. 08:54

 조미선                 



 봄날

 

얼음장 밑으로
시냇물이 실뱀처럼 스르르
몸을 푼다

버들강아지
금빛 은빛 햇살 모아
보송보송 하얀 솜털 고른다

새싹이
목 길게 빼고 두리번두리번
늘어나는 가족 얼굴 익힌다

대문 옆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던
개나리 으스스 추운지
햇볕 치맛자락을 끌어다 덮는다

                       (조미선· 시인, 경남 진주 출생)

 

봄에는 나

 

 

봄에는 나

어린 찻물 마시지 않으리

가녀린 숨결 파아란 피멍울들

아름드리 차나무 잉태할까봐

 

봄에는 나

달콤한 꽃술 마시지 않으리

미친 봄 불길 발끝까지 번져

맨발로 그대 곁에 달려갈까봐

 

                                

                           -  어느 국어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