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유경환-숲, 안도현-간격

생게사부르 2016. 3. 7. 13:47

숲 / 유경환

 

나무들은 옮겨 다니지 못해도
서로 다치지 않도록
거리를 둘줄 알고
겹치지 않게 뻗을 줄 안다
그게 간격이다

더불어 이웃하는
평화의 자격을 지닌 품위
숲의 넉넉한 목숨
평화를 바람에 실어보낸다

비록 비탈이 될지라도
맞 거슬리지 않을
하나의 자리를
나의 자리로 언제 찾을수
있을까 

 

간격/ 안도현


 

숲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을 때는 몰랐다

나무와 나무가 모여

어깨와 어깨를 대고

숲을 이루는 줄 알았다

나무와무 사이

넓거나 좁은 간격이 있다는 걸

생각하지 못했

벌어질대로 최대한 벌어진,

한데 붙으면 도저히 안되는,

기어이 떨어져 서 있어야 하는 ,

나무와 나무사이

그 간격과 간격이 모여

울울창창(鬱鬱蒼) 숲을 이룬다는 것을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숲에 들어가 보고서야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