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이원하 아무리 기다려도 겨울만 온다

생게사부르 2019. 11. 26. 17:53

 

 

아무리 기다려도 겨울만 온다/ 이원하


복잡한 부분을 긁어 보았지만
여전히 복잡해요

나중이 되면
볼품 있을건대 지금은
마당에 널린
잔가지나 다름 없어요


여름
가을을
잔뜩 공들였는데

이게 웬 겨울인가요

산뜻한 걸 기대했는데
입 비뚤어진 겨울이라니요

엄살에도 쉽게 따뜻해지지 않아요
구석에서 더 구석으로 자릴 옮겨도
차가운 구석뿐이에요

삼년 버틴 겨울이지만
아직 인사 나누는 사이 아니에요

남들은 말하죠 소복하게 쌓인
백지 위를 걷고 넘어지는 것이
얼마나 괜찮냐고

전 괜찮지 않아요

거짓말로는 녹지 않으니까요


           - 시인동네 2019. 1월호

 

 

 

 


'시로 여는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성미정 모자를 쓴 너  (0) 2019.11.30
흘러간다 성미정  (0) 2019.11.28
송찬호 가을  (0) 2019.11.23
안광숙 감자의 둥지  (0) 2019.11.22
입들 조정인  (0) 2019.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