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김네잎 사구

생게사부르 2019. 4. 21. 15:16

사구 / 김네잎


 

모래는 밀려나고 나서야 파랑波浪을 볼 수 있어요 해안선은
당신의 어깨를 통과한 후 선명해지고 긴 머리카
락이 비린 해초러럼 자꾸 부풀려나가요

파라솔 아래 앉아 해무가 섬들을 산란하는 걸 지켜봤어요
먼 곳을 끌어당기면 왜 자꾸 눈물이 나는건지
섬들은 왜 무인도의 감정으로 마침표를 꿈꾸는건지

모래는 주기적으로 서쪽에서 서쪽으로 흘러왔어요 그 많던 물결무늬들,
맨발을 기억하던 입자들, 사초砂草가 흔들릴 때마자 뜨거운
생을 질주하던 표범장지뱀들, 잊어야겠다는 듯이 기필코 잊을 수 없다는 듯이

해조음을 배경으로
이토록 적막한 허리

내 그리움의 반경은 넓고도 깊어
슬픔은 지금 흩어지는 중이니까
희박 해질수록 멀리 갈 수 있으니까
당신이 환상일 때도 실재일때도 내일의 언덕은 더더욱 달구어지고 있으니까


                                              - 시현실 2019.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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