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허수경 어느날 애인들은, 구름은 우연히 멈추고

생게사부르 2018. 10. 16. 01:45


어느 날 애인들은 / 허수경


 

나에게 편지를 썼으나 나는 편지를 받아보지 못하고 내
영혼은 우는 아이 같은 나를 달랜다 그때 나는 갑자기 나이
가 들어 지나간 시간이 어린 무우잎처럼 아리다 그때 내가
기억하고 있던 모든 별들은 기억을 빠져나가 제 별자리로
올라가고 하늘은 천천히 별자리를 돌린다 어느날 애인들은
나에게 편지를 썼으나 나는 편지를 받지 못하고 거리에서
쓰러지고 바람이 불어오는 사이에 귀를 들이민다 그리고



구름은 우연히 멈추고


구름은 썩어가는 검은 건물 위에서 우연히 멈추고 건물 안
에는 오래된 편지, 저 편지를 아직 아무도 읽지 않았다. 누
구도 읽지 않은 편지 위로 구름은 우연히 멈추고 곧 건물은
사라지고 읽지 않은 편지 속에 든 상징도 사라져 갈 것이다
누군들 사라지는 상징을 앓고 싶었겠는가 마치 촛불 속을
걸어갔다가 나온 영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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