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김이듬 게릴라성 호우

생게사부르 2018. 7. 4. 05:17

게릴라성 호우 / 김이듬



거리의 비는 잠시 아름다웠다
위에서 보는 우산들은 평화로이 떠가는 잠깐의 행성이
된다

곧 어마어마한 욕설이 들려오고 뭔가 또 깨고 부수는
소리
옆집 아저씨는 일주일에 몇 번 미치는 것 같다
한 여름에도 창문을 꼭꼭 닫을 수 있는 집에서 살고 싶다

나는 오늘 한마디도 안 했다
유통기한이 지난 우유를 마시면서 아아 했지만
무언가가 부서지는 소리는 말이 아니니까
홑이불처럼 잠시 사부작거리다가 나는 지워질 것이다
직업도 친구도 없는 사람처럼 느껴지는데
훌륭하다는 생각도 했다

작은 배드민턴 라켓 모양의 전자파로 모기를 죽였다

더 죽일 게 없나 찾아 보았다

호흡을 멈추면서 언제까지나 숨 쉴 수 있다는 듯이

 

자정 무렵 택배 기사가 책을 갖고 왔다
그것이 땀인 줄 알면서 아직 비가 오냐고 물어봤다

내륙에는 돌풍이 불어야 했다

 

굳이 이 밤에 누군가가 달려야 할
너를 이용하여 가만히 편리해도 되는

내 모든 의욕들을 깨뜨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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