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손현숙 물방울, 리플레쉬!

생게사부르 2018. 5. 20. 20:46

 

 

손현숙 


 

물방울, 리플레쉬!


넓고 푸른 잎사귀가 여름을 쌈 싸네
물에 흔들어 이파리를 씻는데
표면에서 물방울이 사정없이 굴러떨어진다
도무지 잎의 안쪽으로 밖을 들이지 않는다

귀가 들리지 않는 애인을 둔 적이 있다
뒷모습이 아름다워서 내가 먼저 휘파람 불었다
골목을 돌아나가는 뒤태에 화들짝,
소리쳐 이름을 불렀지만 그가 뒤돌아본 적 없다

그런 날 그를 끌고 물속으로 들어갔다
소리가 들리지 않는 나라라서
서로에게 스미지 않아도 괜찮았다
물방울처럼 따로따로 공기를 머금었다

물을 물로는 씻을 수 없는 것,
부정으로 남는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연잎에 물방울을 가두기란
문 앞에서 쾅, 쾅, 잠긴 내일을 두드리는 일

각개 전투하듯 본능을 털어낸다
저조차도 제 속으로 들이지 못하면서
나를 가두었던 애인을 돌돌 말아 냉동실에 들인다


 

⸺시집 『일부의 사생활』 (2018. 1)에서


서울 출생. 1999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너를 훔친다』『손』『일부의 사생활』
사진 산문집 『시인박물관』『나는 사랑입니다』

 

 

 

*       *       * 

 

 

 

황현산 선생님 특강 때 저서 ' 밤이 선생이다' 에 저자 사인을 해 주시면서

후배랑 이름이 똑 같다고 하시더라구요

 

제 나이 대의 이름으로 쉽게 만나지는 이름입니다
'이현숙' '김현숙'' 백현숙' '서현숙' ...제가 아는 사람만 해도 많습니다
그런데 성씨까지 같은 경우는 흔하지 않았습니다.

여고시절 10학급 650명 인원에 성까지 같은 동창이 한 명 있었습니다.

 

자기가 살고 있는 도시에 자기와 똑 같은 이름이 몇명인지 어떤 직업을 가졌는지 궁금해서  전화번호부를 찾아

봤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남자분이었습니다만 ...

 

저의 경우도 인터넷으로 찾아보면 가수가 한 분 있고 시인이 있더라구요.

 

저야 제 시대를 살아가는 가장 '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삶 ' 을 살겠다고 애당초 마음 먹은 사람이라

이제껏 명함을 한 번도 만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만

 

실제로 평균적으로 일반적인 사람 부류에 들어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사람 살아가는 게 오십보 백보 큰 차이가 있는 건 아니지만 체질적으로 책상물림이라 일상생활의 기능이나

상식이 없어서 ' 일반적인 생활인' 과는 거리가 좀 있습니다

 

공부는 좀 많이 했지만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했다기보다 세상 사는 일에서 궁금하니까 일단 알고는 있어야

갑갑함이 덜 할거 같아서였고요.

그 영역도 실 생활에는 별 도움 안되는 인문학적인 영역...정신적인 풍요로움을 가지는 부분으로 제한되었지만

이제까지 그냥저냥 살아왔으니... 감사한 일이지요.

 

주체적이고 책임감이 강한 편이라...일단 제 선택(직업, 결혼)에 대해 충실하느라 전문적으로 한 분야를 깊이 파고

들어가지 못 했습니다.

원칙에 좀 까칠했지만 생활인으로 무난하게 살면서 여기까지 왔음을 감사히 여깁니다.

 

이제부터는 '하고 싶었지만 해보지 못한 일'을 해 볼 작정입니다.

이번 생에서 후회나 미련이 덜할 것 같아서요.

 

평생을 시인으로 살아 온 사람들

시집을 세권까지 내면 시로서 하고 싶은 말을 얼추 다 했다는 얘기도 들었고

세권까지는 내 지는데... 그 다음 네권 넘어가는 게 전문 시인들도 고비라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늦게 시작했지만 시집 한 권 정도는 내 볼 수 있겠다 생각합니다.

 

본명을 쓰시는 듯 한데 동명이인으로 먼저 시인이 되신분,

사진학을 전공 했다는 프로필이 눈에 띄기도 하네요. 건필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