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송재학 고라니 울음

생게사부르 2018. 5. 2. 06:52

송재학


고라니 울음



고라니 울음에 고라니가 없다
순한 눈을 생각한다면 나올 수 없는 소리이다
쿠웨웨엑 울음은 고라니가 제 몰골과 성대와 성격을 기이하게
변형시켜서 내는 신음이다
폭우가 심하던 날 몸 비비며 울던 고라니의 덩치가 고스란히 보
였다
왜 그렇게 울었을까 짐작해보니 누군가 저렇게 울었다
일찍 죽은 동생을 두고 사촌 형이 저렇게 울었다
울지 않던 사람이 울었다
어떤 울음에는 네 발이 보인다
그는 종일 슬프기만 했는데도 짐승이었다
고라니 울음에도 육식동물이 기웃거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