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이선영-마른 꽃, 김현태-산정호수

생게사부르 2016. 1. 20. 22:15

이선영


마른 꽃

시들고야 말았다
식었다

그대에게서 오래전 받은
따뜻한 꽃 한송이

벽에 거꾸로 매달린 채 하 세월

사랑은 말라 붙은 꽃만 남기고
기어이 그대를 벽에 꽂아 놓진
못했어도

내 마음 깊이 어디쯤에
딱딱하게 걸려 넘어가지 않는
마른 꽃

속이 다 비고도
바스러지지 않는


사진출처: 이병률, 끌림

 

 

김현태


산정호수

누구도 깊이를 알수 없네
양말을 벗은 사람에게는 발목까지만 차 오르고
웃통을 벗은 사람에게는 가슴까지 차 오른다네
그대가 그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모든걸 버려야 하네
누군가의 깊이를 재기 위해선
그 깊이보다
더 깊이 사랑해야 한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