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끝/ 성윤석
어디론가 가고 있을 때만이 구원(救援)이었다. 어깨의
먼지를 털어내면 먼지보다 더 가벼워지는
몸 그만 가, 안개가 쟁쟁 울렸다. 촉촉한
우울, 마른 밥과 딱딱한 나무들의 속이 풀어헤쳐
졌다.
사람들은 죽은 사람들의 죽은 자리에 서둘러
방을 들였다. 환한 불을 밝혔다. 물병 속의
아이들이 걸어나간 물병자리, 출렁이는 처녀는
다리를 조금 더 벌렸고 세월은 창밖에 사내들을
오래 세워 두었다. 제가 찾아와서 어쩌죠?
간혹 바람이 몰고 가는 새싹들이 비명을 내질렀다
아이는 오래된 생채기를 떼어내면서도 잘 참았다.
여기가 싫지만 여기에 늘 와요, 일행은 말했다
물컹, 무엇인가 발에 밟혔다.
사람의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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