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성윤석 회계사무소가 있는 거리

생게사부르 2018. 4. 17. 00:37

성윤석


회계 사무소가 있는 거리


1

우리는 세금을 내고 잠이 들었다.
강산성의 잠
허물이 벗겨질 것 같은 몸,
하루란,
서로 상대하고 물러서고
오래오래 적막에 무릎을 넣어 주는 일로
가득찼다. 쉬랄라 쉬랄라
지저귀는 기계음機械音
어느 곳에서도
햇살들이 휘어졌다 다시 출발했다.
세금을 아는 주간이 끝나가고 있었다.

2

아무데도 없다.
거리의 한 끝에선 사형이 집행된다.
모든 인간들이 걸어오는 중앙로
옛 시대의 동지들이 동상으로 같이 섰다.
칼, 책, 손짓,깃발, 때 절은 외투깃
어떤 이는 아직 횃불을 들고 있다.
어디에도 있다.
급식給食을 기다리는 시간
사람들이 사라져버린 곳으로
어슬렁거리며 돌아가야 한다.

 

3

地球의 운동에 따라
세월이 가고 왔다. 나의 운동에 따라
그녀가 오고 갔다. 그녀의 운동에 따라
내 이념이 달라지고 유리집 박씨의
운동에 따라 옛추억의 창문들이 갈아
끼워졌다. 바람의 운동에 따라
재해 예방 축대가 세워지고
협회의 운동에 따라 회원들은
달라졌다. 운동을 따를 때마다
붉은 사람의 얼굴들

4

"맥더프 부인. 얘야 너의 아버지는 돌아가셨단다.
이젠 어떻게 하겠니? 앞으로 어떻게
살아 가겠니?
아들. 새처럼 살아가지요, 어머니
맥더프 부인: 뭐라구, 벌레나 파리를 먹고?" *

어머니, 난 늘 웃어요


5

사랑하는 汽車가 간다. 나는 汽車를 사랑한
다. 汽車는 가야한다.녹슨 철로를 걷어차며
汽車는 가는거니까 사랑해야 한다. 汽車는 가니까
아무도 막아서는 안 된다.汽車가 안개를 걷
으며 가는 쪽으로 굴다리 위 몇 안 되는 소
무들이 온 몸으로 휘어져 있다.


* 셰익스피어 희곡, " 맥베스" 중에서

 

 

 

*      *      *

 

 

어떤 사람은 시인이 되고 싶어서 다른 가치를 포기하고

이 시인은 시에 대한 재능을 두고 다른 곳에서 외도(? 사업)하다 다시 시로 돌아오신 분

묘지관리인도 하다가 마산 어시장에서 오토바이로 생선배달하면서 다시 시 쓴다는 얘기까지 들었는데...

 

두번쯤 얼굴을 봤나보네요.

한번은 통영 김언희 시인  ' 청마문학상 시상식' 에서 통로 건너 자리에 앉아 있어서

같은 마산이라고 인사를 나누었는데... 물론 기억은 못하겠지만요.

한번은 작년 창동서 열린 ' 6.10 민주항쟁 기념' 행사에서 뒷자리로 멀찍이 가서 앉는 걸 봤고요.

 

성장기를 보낸 부근을 맴돌며 살고 있는 탓에 시에 등장하는 지명이나 명사

시에 나오는 공간적 배경이 근처라 친근하네요. 

 

 

 

사진: 경남데파트에서 완월초등 올라가는 길,마산 의료원 뒷편

한 때 액자표구로 유명했던 곳인데 '경남화랑'도 철거해서 길이 넓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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