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정끝별 삼매(三昧)

생게사부르 2018. 4. 9. 13:40

정끝별


삼매(三昧)



직박구리가 목련꽃에 머리를 쑥 박고
이 뭐꼬! 꽁지를 한껏 치켜세운 채

검은 직박구리가 흰 목련꽃잎을
용맹정진 긴 부리로 촉, 촉,
가지에 힘껏 발톱을 박고

금세 한 목련 다 지고

목련가지 끝 잎눈 하나가
하늘 한 귀퉁이를 바짝 끌어당기자
푸른 두 귀가 쫑긋,

벌어진 봄의 입이란 무릇

목련 건너 세 그루 건너
배꼽마당처럼 흐벅진 배꽃더미
직박구리 봄의 무아(無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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