뺨 / 유계영
우리 또 만나네요
밤이 늘어뜨린 사지에서
맞딱뜨린 사람
고양이가 팽팽히 잡아당겨 놓은 골목의 양 끝에서
솟구치는 사람
사과 껍질처럼 세계의 바깥으로 뜯겨져 나가는
층층 계단으로
뺨
당신이 내민 커터칼은 내 얼굴을 오려 내겠지만
나는 그만한 입을 가지지 않겠어요
한 쪽만 접힌 토끼의 귀로
뺨
(얼굴은 눈썹 아래부터 시작되어 뺨)
이 곳에서부터 오십 걸음
당신이 나를 미행하고 있다는
언제나 불충분한 증거
따분함과 슬픔을 구분하기 어렵도록
우리는 내일도 만날 거지요
이쪽저쪽에서
더 크게 입을 벌리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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