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류인서 뒤집다

생게사부르 2018. 3. 26. 18:22

류인서


뒤집다


그녀의 현관 신발장엔 모래시계 하나 달랑 놓여 있지
그 집에 찾아온 이들 어떨 땐
생각 없이 슬쩍 시계를 뒤집어놓고 가지, 그런 날은
병 속의 계절, 붉은 사막이 몸 한채를 다 허물지
천천히 유리의 산도(産道)를 빠져 나가는 빛의 앙금

신기루처럼 날아 오르는 시계(視界) 속 모든 물구나무 선
풍경
목에 걸리는 빛까스라기
남은 씨앗들은 엽록의 꿈자릴 품고 비의 정원으로 내
닫기도 하지
떠오르는 꽃바닥 유리 수면엔
썩지 않은 바람의 회오리 눈동자
꽃잎 뜨거운 발자국만 황황히 그녀느의 맨 발등을 빩고
가지

그 집 신발장 위엔 모래시계 하나만 달랑 놓여 있지
가벼이 들어선 이들 어떨 땐, 모래시계 뒤집듯 슬쩍
그녀를 뒤집어놓고 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