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이대흠 버려진 것들은

생게사부르 2018. 3. 30. 07:42

버려진 것들은/이대흠


버려진 것들은 얼마나
조용한가 낡은 몸 한 모퉁이에
납 같은 추석을 되새김질하면서

제 무게에 자기 육신이 무너지면서
천천히 먼지가 쌓이는 걸
거부하지 않으며 과거의 반짝임을
떠벌리지 않는 것들은 얼마나 깊이
생각에 잠겨 있는가
세상의 물은 다 끓여보았다는 듯

웃는 저 구리 주전자

허공이나 일구어야겠다는 듯

녹슨 날을 버리지 않는 쇠스랑

 

세상 밖으러 버려지지 못하고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데 잠자코

독이 되어가고 있는 것들은 얼마나 오래도록

칼 갈고 있는가 삭아지지 않는 분노를

다시 씹으며

 

자기를 버린자 쪽으로 악취 흘리며

이 악물어 말하지 않는 것들은

얼마나 지독한가 버린자를 버리기 위해

그들 속으로 썩어들어가는 것들은

 

 

 

 

 

사진출처:  사르댕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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