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자
튜닝
그 무엇이 없어지지 않는 병에 걸렸다
튜닝이 안되는 병
이 병의 증세는 이전의 소리에서 악취가 나는 것
많은 빗자루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서랍을 열고
줄 없는 노우트를 꺼내면
당신은 꽃을 그리고
나는 아직도 짐승을 그리워 한다
남몰래
맘에도 없는 신발을 신고
아파서
아름답게 걷는 법조차 잊어버렸다
몇 차례
연필로 분홍빛 일기를 썼다가 일기 속에서도
마음을 숨기고 흙으로 덮었다
이대로 자꾸 나를 베어버린다면
평평한 수평의 음들이 되겠지
자주 산책을 나갔다
집을 나가면 계속 계속 하늘이 나온다
아이들은 작은 새처럼 날았고 나는 느리게 걸어갔다
의자들은 많았지만 새로운 감정들이 쏟아져 있었다
그 곳에 감춰져 있는 노을
붉어서 사람들은 붉은 구름을 좋아했다
튜닝이 잘 되는 구름을 좋아했다
난 어디서나 잘 보이지 않앗다
골목길에서도 잘 흐르지 않았다
헐리고 있는 사랑들이 흐려졌다 가물가물 돌아오는 시간
튜닝한다
모든 냄새를
우루룩 일어서는 낯선 언어를
온몸으로 헤어진
우리가 버린 말들
침묵소리 그리고 그리운 빛깔들을
<문학동네> 2016.여름호
1943. 서울
1982.' 현대문학' 등단
시집: <귀안에 슬픈 말있네> <나는 시선 밖의 일부이다> <울음소리 작아지다> <나무고아원>
<그녀는 믿는 버릇이 있다><사과 사이사이의 새><파의 목소리>
* * *
현직에서 1945년 이후 출생한 분들을 '해방둥이' 라 불렀던 기억이 납니다.
교원사회에서 교수님들 정년이 65세이고 관리자 포함하여 교사들이 만 62세로 정년이니
그 분들 이미 10년전 즈음 다 퇴직하시고 노후를 누리시는 편입니다.
이 블로그 올린 시들 가운데 생존해 계시는 70대 분들 ...
해방 이후 시작된 현대시인으로 활발하게 활동 하셨던 분, 우선 강외식, 이상국 시인이 떠 오릅니다
여성시인들은 김남조 시인을 최고 정점으로, 강은교, 신달자, 유안진, 이해인 수녀님 등입니다
이 시를 지으신 최문자 시인 시가 젊어서 연세가 많다고 느껴지지 않습니다
ㅇ에ㅜ선 '튜닝'이라는 제목이 신세대적이기도 하고요
시 창작이 산고의 고통과 비슷하겠지요.
그럼에도 건강하기만 하면 80-90까지도 詩作이 불가능한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특히 젊은 감각을 지니면 흔히 하는 말로 ' 나이는 숫자'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요점은 젊어도 의식이나 인식이 깨어있지 않으면 문학(창작)은 어렵고 나이들어도 인식이 꾸준히 살아 있으면
작가생활이 가능하겠다는 얘기입니다.
가장 평번 한 것이 진리 일때가 많습니다. 표어의 구호같지만 ' 건강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들면 되고
창작을 하는 사람이라면 + 창의적인 인식과 감각, 상상력이 있으면 죽음에 맞닿일 때까지 자신이 평생 해 오던 일을
할수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건강 유지하시면서 오래도록 시를 쓰실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 역시 태어 난 해의 사회적 문화적 여건에서 벗어 날수 없으니 위 세대 중 시는 김남조 시를 많이 읽었고
소설은 단연 박경리, 박완서 작가의 작품을 많이 읽었습니다.
그 다음 세대로 내려가면 양귀자, 공지영, 은희경, 또 그 보다 좀 적은 나이로는 김형경,전경린,신경숙, 노희경
시로는 김정란, 나희덕, 70년생으로 내려가면 시인이자 소설가이기도 한 김선우, 최근 맨부커상을 수상한 한강...
여성작가에 국한되고 주로 소설가가 많이 언급됐지만 남자작가로는 조정래, 황석영, 구효서 시인으로는 고은, 김남주
한 때 이문열 소설, 김지하 시도 읽었습니다만 최근엔 서정주 시를 읽는 것 처럼 반면교사 역할로 찾아봅니다
인생은 역사로 보면 짧지만 한 인간의 삶의 여정으로 보면 긴 마라톤입니다.
우리나라 작가 뿐 아니라 외국 작가들도 작품이 마음에 드는 경우, 데뷔작부터 나이들어가는 성장, 인생의
완성과정을 거치는 긴 여정의 '영혼의 궤적'을 그 작품의 흐름을 통해 읽어가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가장 최근 읽은 소설, 중국의 예술 신동으로 성장해 프랑스로 건너간 샨사의 ' 측천무후'를 다시 읽었습니다.
출간(2004)된지 이미 10년이 넘었지만 작가가 그려내는 이미 천 삼사백년 이전에 살았던 주인공 武照의 삶,
권력을 위해 주변인들을 잔인하게 죽이고 심지어 자식들도 자신 권력의 희생의 도구로 삼아 죽이기를 서슴치 않았
던 악녀로 평가되는 일반적인 '측천무후' 가 아닌 남성중심의 세계에서 여성으로서 인간적인 고민을 바탕에 깔고
세속된 인간으로서의 고민을 끊임없이 이어갔던, 그러면서 나름 완성된 삶을 살려고 최선을 다했던 사람
역사상 가장 힘이 있었던 여성정치인의 권력을 향한 浮上과정 권력의 유지를 위한 과정, 배반과 암투 모함과
시기가 팽배한 살얼음판 같은 궁궐생활에서 인간의 심리를 읽고 선택을 하고 처세를 하면서 자신의 권력과 삶을
유지 해 나가는 과정, 그 막강한 권력에도 불구하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늙고 죽어가는 과정을 예술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작품입니다
나이에 상관 없이 끊임없이 인생도 '튜닝' 하면서 살아 갈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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