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유꽃 / 신용목
데인 자리가 아물지 않는다
시간이 저를 바람속으로 돌려보내기 전 가끔은 돌이켜 아픈자국 하나 남
기고 가는 저 뜨거움
물집은 몸에 가둔 자국임을 안다
마당귀에 산수유꽃 피는 철도 독감이 잦아 옆구리에 화덕을 끼고 자다 나
는 정년停年이 되어버렸다
노비의 뜰에나 심었을 산수유 나무
면도날을 씹는 봄 햇살에 걸려 잔물집 노랗게 잡힐적은 일없이
마루턱에 앉아 동통을 앓고난 문서처럼 서러운 기억이 많다
한 뜨거움의 때를 유배시키기 위해 몸이 키우는 물집 그
수맥은 깊고 산수유가 익는다고 비천하여 나는 어깨의 경사로 비탈을 만들고
물 흐르는 소리를 기다리다 늙은 것이다
시간은 문장의 흉터이다 둑 위에서 묵은 편지를 태웠던 날은
귀에 걸려 찢어진 고무신처럼 질질 끌려다녔다. 날아간 연기가
남은 재보다 무거웠던가
사는 일은 산수유 꽃빛만큼 아득했으며
나는 천한 말로 흉터를 늘리며 왔고 데인데마다
산수유 한 그루씩 자랐다
<그 바람을 다 걸어야 한다>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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