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의 멋, 맛보기
매화 옛 등걸에 봄졀이 도라오니
옛 픠던 가지에 픠엄즉 하다마는
춘셜이 난분분하니 필동말동 하여라
'아는 만큼 보이고 느끼겠지요? 식물이라고는 문외한이던 제가 쬐끔 눈을 떴습니다.
8월 말로 현직을 떠나 평소 하고싶었던 여행을 순서도 체계도 없이 맘 내키는 대로 가게 되었으니 그 첫번째가
영광 불갑사 상사화를 보러간 일입니다. 그 전에 상사화에 대한 시 몇 편 글적거려 본게 계기가 되었을 겁니다
작년 봄엔 운좋게도 시기가 맞아 구례 산수유와 화엄사 홍매를 보게되면서 계절에 맞추어 피는 아름다운 꽃들을
제때에 볼 수 있다는게 얼마나 즐겁고 기쁜 일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문광님 탐매(探梅)사진 보면서 조금 더 알고 느끼고 싶어 이미 고매 탐구하신 분 블로거에서 복기하듯 다시 적으면서
공부를 좀 해 봅니다. 요즘은 눈으로 읽기만 해서는 뇌에 도달하지 않는다는...
길잡이가 되어 준 블로거 주소입니다. 숭인당님 감사합니다
blog.daum.net/tnddlsekd/12268315 崇仁堂(atman)
고매화 탐매(探梅)
선인들은 松·竹·梅를 세한삼우(歲寒三友)로 추운 겨울철의 세 벗이라하여 귀하게 여겼답니다.
글씨쓰기와 더불어 양반과 학자들의 교양으로 여겨지던 그림치기 4군자에서도 매화를 으뜸으로 치기도 했네요.
매화는 '사귀(四貴: 稀희, 老노, 瘦수, 雷뇌)'라 하여 "꽃은 무성하지 않고 드문 것을(稀), 어린것보다 늙은 노목을(老),
살찐 것보다 야윈 것을(瘦), 활짝 핀 것보다 꽃봉오리를(雷) 귀하게 여기는 꽃"이라 하며
또한 매화는 망울 때, 만개 때, 낙화 때 세 번은 봐야 한다고도 합니다.
옛 선비들이 매화나무를 좋아하는 이유는 추운 날씨에도 굳은 기개로 피는 고귀한 꽃과 은은하게 베어나는 향기,
즉 매향 때문이랍니다. 정신이 아득해질 만큼 고혹적인 매향을 따로 암향이라 일컫는데, 암향부동(暗香浮動)이라는
바늘하나 떨어지는 소리도 들릴 만큼 고요한 어둠 속에 떠 있는 향기를 즐겼다고 합니다.
참으로 멋스런 취향이고 삶의 품격으로 보입니다.
지배층이 평민, 천민들 노동의 댓가로 일하지 않고 정치와 문화 교육 혜택을 받고 살면서 그런 특혜를
누리는 삶이었다는 역사성은 일단 접어둡니다.
그 당시는 신분에 따라 사회진출과 일상생활에 차별이 당연시되던 사회체제였으니까요.
우리나라의 명매
일제강점기 때 개량된 매실나무가 아닌 토종 古梅는 현재 전국에 대략 200여 그루가 있으나 대부분 노쇠하여
고사가 진행 중입니다. 2007년 문화재청이 그 중 4그루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해서 보호하고 있습니다.
그때 지정된 古梅는 강릉 오죽헌 율곡매(484호), 구례 화엄사 화엄매(485호), 장성 백양사 고불매(486호),
순천 선암사 선암매(488호)로 약 600살인 율곡매가 가장 나이 많은 천연기념물 古梅라고 합니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탐매가들에 의해 호남 5매, 산청 3매, 경북 2매 등으로 불리는 뛰어난 명매가 있는데
호남 5매는 선암사 선암매, 백양사 고불매, 담양 지실마을 계당매, 전남대 대명매, 소록도 수양매를 이르는데,
수양매는 태풍으로 쓰러진 후 고사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화엄매와 우리나라 고매 중 꽃이
가장 검붉어 흑매라 불리며 많은 탐매객들의 사랑을 받는 화엄사 홍매도 호남 5매에는 들지 못한다네요.
산청3매는 단속사지 정당매, 남사 하씨고택의 원정매, 덕산 산천재의 남명매를 이르고,
송광사 송광매, 금둔사 납월매, 선암사 선암매를 순천3매, 도산서원의 도산매, 하회마을 충효당의 서애매를
안동2매가 아니라 경북 2매라 하고요.
퇴계선생이 임종 때 “저 매화나무에 물 주거라”고 했다는 기생 두월과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간직한
도산매 얘기는 저도 어디서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 외 이름난 매화로는 통도사 자장매, 수덕사 수덕매, 무위사 만첩홍매, 대흥사 초의매, 김해 와룡매,
창덕궁 성정매와 만첩홍매, 남산 와룡매, 쌍벽당 고매, 동계종택 백매, 소쇄서원 분홍매, 거제 구조라 춘당매 등이
고태미를 서로 다툰다고 합니다.
오래된 절집이나 사대부집 마당가 혹은 담장 곁에 고고하게 늙어서 구불구불 용트림하는 둥치와 함부로
살찌지도, 번성하지도 않은 가지 끝에 고아하고 담백한 자태로 피는 古梅花의
고고한 아름다움과 기품은 가히 일품일테지요.
저는 탐매가까지 갈 생각은 없습니다만 위에 언급되는 매화들은 기회가 있음 볼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오랜 세월을 견디며 늙고 뒤틀린 가지 끝에 힘들여 피워 올린 소박하되 기품 있고, 노쇠하되 정갈한
토종 매화의 아름다움과 향기...그 진정한 멋을 알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작년 화엄사에서 몇 겹으로 장사진을 이루며 작품 사진을 찍고 있던 작가들 사이에서 폰 들고 위축된 채
눈치 보면서 후다닥 찍고 나왔는데... 그 정취는 다시 음미할 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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