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국은 신발을 닮았다 / 이원 발을 넣으려는 순간 왈칵 어두운 현관의 두 짝 신발이 축축하게 제 몸을 다 벌리고 있다 허공에 있던 발을 내리고 주저앉으니 공기의 냄새가 비어 있다 신발 안을 들여다 본다 꾹꾹 몸이 걸었으므로 길이 되어버린 마음이 우글우글하다 신발을 굽어보던 빈 몸이 뻣뻣해 벽에 몸을 기댄다 길이 되지 못한 벽이 움찔거려 기댄 벽이 무겁다 세계의 어디서나 출입구는 입과 항문처럼 뚫여 있다 두 발로 단단한 바닥을 딛으며 다시 일어선다 (새삼 발자국은 신발을 닮았다!) 신발 속으로 현실의 발을 집어 넣는다 그 속은 아득하고 둥글다 한 발을 살짝 문 밖으로 내민다 덥썩 세계의 입이 닫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