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물/ 이규리 비가 차창을 뚫어 버릴 듯 퍼붓는다 윈도브러시가 바삐 빗물을 밀어낸다 밀어낸 자리를 다시 밀고 오는 울음 저녁때쯤 길이 퉁퉁 불어 있겠다 차 안에 앉아서 비가 따닥따닥 떨어질 때마다 젖고, 아프고, 결국 젖게 하는 사람은 한때 비를 가려주었던 사람이다 삶에 물기를 원했지만 이토록 많은 물은 아니었다 윈도브러시는 물을 흡수하는 게 아니라 밀어 내고 있으므로 그 물들은 다시 돌아올 것이다 저렇게 밀려났던 아우성 그리고 아직 건너오지 못한 한사람 이따금 이렇게 퍼붓듯 비 오실 때 남아서 남아서 막무가내가 된다